덴마크의 작은 푸줏간, 고용주의 독선적인 경영 방식을 참아가며 일하던 스벤트과 비야른은 오랜 계획 끝에 독립해 자신들만의 푸줏간을 낸다. 하지만 개업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손님은 오지 않고 파리만 날릴 뿐이다. 낙담해 있는 그들 앞에 냉동실 안에 들어갔던 전기 수리공이 얼어죽는 사고가 벌어지고, 시험삼아 시체의 다리에 붙은 살을 잘라 손님에게 팔아본 스벤트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을 발견한다. 음울하지만 차분한 톤으로 다듬어진 블랙 유머를 통해 결국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인정과 사랑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덴마크의 ‘인육 드라마’. 사람 고기를 팔아 성공하는 정육점의 이야기는 예전에도 많았지만, 에서는 인육이라는 소재가 공포나 잔혹한 코미디의 소재가 되는 대신 조금 더 철학적(?)으로 사용된다.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 정육점의 카운터 뒤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는 일이 최상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스벤트에게 인육은 결핍되어 있던 사랑과 인정, 나아가 권력을 제공해 주는 도구가 된다. 또한 교통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아 정신이상이 된 후 동물 인형을 들고 다니며 유난히 동물에 집착하는 동생을 둔 비야른은, 소시지로 만들어버린 후 그다지 동물과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인간의 육체를 보면서 자신이 혐오하던 동물성에 대한 새로운 결론을 내리게 된다. 과장 없는 웃음과 인간에 대한 섬뜩한 깨달음을 동시에 주는 작품.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