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의 백수(99세) 잔치가 끝난 후, 손주대표로 생일카드를 읽은 나는 할아버지에게서 자서전을 의뢰받는다. 이년 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 부탁은 숙제로 남았다. 외할아버지에 대한 나의 기억은 늙고, 검소하고, 자상한 어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색한 그의 이름은 OSS 특수요원, 한국전쟁이 시작하던 당시의 치안국장 등으로 낯설었다.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검색하 며 연관 짓지 못했던 과거의 역사를 알게 되었고, 필름메이커가 된 나는 나의 삶과 멀었던 이들의 장례에 자주 참석하게 되었다. 개인이 어떤 나라의 국민이 되고, 혹은 되지 못할 때, 그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국가는 국민을, 그리고 인간을 어떻게 지키며, 지켜주지 않으며 또 기억하고, 잊는가를 자꾸만 묻게 되었다.